다음의 두 이야기들은 무덤, 묏자리에 관한 꿈이야기이다.
① < 무덤을 파헤쳐 죽은 이야기 >
권성(權姓)인 재추가 문관으로서 조정에 이름을 드날렸다.
아버지가 죽자 남의 무덤을 파헤치고 장사 지내려 할 때, 무덤 주인이 말
하기를
"이 무덤은 우리 아버지의 무덤이다. 우리 아버지는 벼슬은 비록 낮으나
의기가 엄하고 굳세어 보통 사람이 아니었으니 파내지 말라. 반드시 해(害)
가 있으리라."하였으나,
재추가 듣지 않고 마침내 그 무덤을 파서 관을 열어 시체를 버렸다.
그 아들이 시체를 어루만지며 통곡하기를
"영령이 만약 있으면 이 원통함을 보복치 않겠는가"하였다.
그 밤에 풍수(風水) 이관의 꿈에 수염이 붉은 한 장부가 분노하여 꾸짖기
를
"네가 어찌 나의 안택을 빼앗아 타인에게 주었는가. 화근은 실상 네게
있다" 하면서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쳤다.
이관은 가슴을 앓아 피를 흘리다가 잠깐 사이에 죽고, 얼마 아니 가서 재
추도 또한 나라의 죽임을 당하고 가문이 멸망하니, 사람들이 모두 무덤을
파낸 까닭이라고 말하였다.---용재총화 8권.
② < 무덤을 손상시키지 말라는 꿈 >
어떤 사람이 상(喪)을 만나서 과천 땅에 산소를 정하였는데, 곁에 옛 무
덤이 있었으니 곧 수헌공(권오복)의 산소였다.
일을 시작한 지 며칠 되어 그 아들 한 사람을 시켜 일을 감독하게 하였는
데 일이 끝날 적에 잘못하여 무덤 앞의 섬돌 몇 조각을 뽑았다.
그날 밤 꿈에 붉은 도포를 입은 점잖은 이가 옛 무덤으로부터 나왔는데
노여운 빛이 있는 듯 하였다. 그 사람이 얼떨결에 그 앞에 절하고 성명을
물었더니, 점잖은 이가 답하기를,
"나는 바로 한림 권 아무개이다."하고, 이어서 옛 무덤을 가리키며,
"저것이 내 집인데, 요사이 내 집에 올라가 밟고 내 섬돌을 캐어 뽑아서,
나로 하여금 불안하게 하거늘, 자네가 어찌 하여 꾸짖어 금하지 않았는가?"
인해서 놀라 깨어 온 몸에 땀이 흘렀다.
이튿날 몸소 옛 무덤 앞에 가서 그 섬돌 몇 조각이 과연 뽑힌 것을 보고
크게 기이하게 여기고, 곧 일꾼을 시켜 도로 빠진 곳을 고치고, 글을 지어
제사지내면서, 이르기를, "철인(명철한 사람)의 정한 신령이 한줌 흙에 의
지하여 백년 뒤에도 능히 사람을 감동시키니, 이러한 것은 죽었어도 죽지
않았다고 할 것이다." 하였다. ----해동잡록 6,대동야승 제 23권. <끝>
